여친 집 갔는데 제사상에 내 사진 올라가 있던 썰
나 남자고 30임. 여친이랑 2년 만났음. 어제 여친이 갑자기 자기 집에 오래서 감. 이유는 말 안 하고 그냥 “엄마가 너 꼭 보고 싶대.” 이러더라. 솔직히 결혼 얘기 슬슬 나오는 타이밍이라 아 상견례 전 인사인가 보다 했음. 근데 집 문 열자마자 이상했음. 거실에 향 냄새가 남. 제사 지낼 때 나는 그 냄새. 그리고 식탁에 과일, 전, 술잔, 밥이 차려져 있었음. 뭐지 싶어서 거실 안쪽 봤는데 진짜 그 자리에서 다리 힘 풀림. 제사상 위에 내 사진이 있었음. 내 얼굴. 정장 입고 웃고 있는 내 프사 사진이 검은 리본 달린 액자에 들어가 있었음. 밑에는 이렇게 써있었음. 故 김도윤(가명) 나 살아있는데. 내가 여친 쳐다보니까 여친 얼굴이 종이처럼 하얘짐. 그때 방에서 여친 엄마가 나오더니 나 보자마자 주저앉음. 그리고 소리 지름. “도윤이가 왜 여기 있어?” 내 이름을 알고 있었음. 나는 그때부터 머리가 진짜 안 돌아감. 내가 물어봄. “이게 뭐예요?” 여친은 아무 말도 못 함. 여친 엄마는 울면서 계속 중얼거림. “죽었다며… 사고로 죽었다며…” 알고 보니까 여친이 집에다가 내가 죽었다고 말했더라. 근데 그냥 헤어지기 귀찮아서 한 거짓말이 아니었음. 더 미친 건 여친은 자기 엄마한테 나랑 이미 혼인신고까지 했다고 했고, 내가 사고로 죽어서 혼자 과부가 됐다고 했음. 나는 남친이 아니라 저 집안에서 이미 죽은 사위였던 거임. 그것도 1년 전에. 내가 여친한테 물어봄. “너 나 언제 죽였냐?” 여친이 그제야 울면서 말함. “그때 우리가 크게 싸웠잖아. 엄마가 헤어진 이유 물어보는데 설명하기 싫어서…” 설명하기 싫어서 사람을 죽임? 근데 진짜 막장은 여기서부터였음. 여친 엄마가 갑자기 방 안에서 봉투를 들고 나옴. 두꺼운 봉투였음. 그 안에 내 이름으로 된 편지가 여러 장 있었음. “장모님, 저는 은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.” “제가 없더라도 은지를 미워하지 말아주세요.” “엄마처럼 대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.” 전부 내 이름으로 적힌 가짜 편지. 여친이 쓴 거였음. 나는 그 편지를 읽는데 손이 덜덜 떨림. 내가 한 적 없는 말이 내 글씨처럼 흉내 내져 있었음. 심지어 여친 엄마는 그 편지를 읽고 매년 내 제사를 지냈다고 함. 나를 사위처럼 생각해서. 죽은 사람처럼 생각해서. 여친은 옆에서 계속 “처음엔 이렇게 커질 줄 몰랐어.” “엄마가 너무 믿어서 말 못 했어.” “너한테 피해 준 건 없잖아.” 이러고 있었음. 피해가 없대. 나는 살아있는데 저 집 거실 한가운데서 1년째 죽은 사람이었는데. 내가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옴. 그때 여친 엄마가 조용히 말함. “그럼… 우리 딸 뱃속 애는 누구 애니?” 뱃속 애? 나 여친 쳐다봄. 여친은 바로 눈 피함. 그 순간 모든 게 연결됨. 여친은 임신 중이었고, 그 애 아빠가 누군지 말 못 하니까 죽은 나를 애 아빠로 만든 거였음. 나는 산 사람인데 저 집에서는 죽은 남편이고, 태어나지도 않은 애의 아빠였음. 내가 여친한테 물어봄. “애 아빠 누구냐?” 여친이 끝까지 대답 안 함. 그때 여친 엄마가 갑자기 내 앞에 무릎 꿇고 울면서 말함. “제발 그냥 죽은 척해주면 안 되겠니?” 진짜 그 말 듣고 온몸에 소름 돋음. 사과도 아니고 설명도 아니고 그냥 죽은 척해달래. 딸 인생 망한다고. 애 태어나면 아빠 없는 애 된다고. 자기 친척들한테 이미 사위 죽었다고 다 말했다고. 나는 거기서 알았음. 이 집은 진실을 원하는 게 아니라 내가 계속 죽어있길 바라는 거구나. 나는 말없이 제사상 위에 있던 내 사진 액자를 들고 나옴. 여친이 뒤에서 울면서 붙잡더라. “그 사진은 두고 가. 엄마가 힘들어해.” 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사진인데 내가 가져가면 안 된대. 집에 와서 액자 깨버리려다가 못 깼음. 사진 속 나는 너무 멀쩡하게 웃고 있었음. 아무것도 모르고. 그리고 오늘 아침에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옴. 여친 엄마였음. “도윤아, 어제는 미안했다. 그런데 이번 주 토요일이 네 기일이라 친척들이 온다. 그날 하루만 안 나타나주면 안 되겠니.” 나 지금 이 문자 보고 멍하니 앉아있음. 살면서 처음으로 느꼈다. 사람이 죽는 건 심장이 멈출 때만이 아니더라. 누군가 필요하면 살아있는 사람도 마음대로 죽여버림. 그리고 더 무서운 건 그 죽음을 믿고 싶은 사람들이 생긴다는 거임.
엥 머임 소름